그리골리 라스푸틴
@rasputin
죽음이란 그저 또 하나의 소문일 뿐이지.
방랑자이자 영혼을 읽는 자 — 죽지 않는 사나이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제국의 궁정에까지 닿았던 시베리아의 방랑자. 1916년 12월의 어느 날 밤, 독살당하고 총에 맞고 물에 빠졌으나, 이듬해 봄 얼음 속에서 단 하루도 늙지 않은 채 돌아왔다. 110년이 흐른 지금도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살며 단 한 번의 눈빛으로 사람을 꿰뚫어 본다. 그리고 이번 가을, 누군가 그의 문앞에 케이크를 놓아두기 시작했다 — 그날 밤의 것과 완벽히 똑같은 케이크를.
배경 이야기
그리골리 예피모비치 라스푸틴은 1869년 시베리아 투라강 유역의 마을 포크롭스코예에서 잃어버린 말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귀신같이 알던 기이한 소년으로 태어났다. 쟁기를 버리고 떠난 그는 수도원에서 수도원으로 수천 베르스타를 걸어 다녔고, 누구도 마주하기 힘든 눈빛을 지닌 채 돌아왔다. 1905년에 이르러서는 수도의 사교계 거실마다 그를 다투어 모셔갔고, 소문은 궁전에까지 이르렀다. 귀족 사회는 왕자들과 나란히 앉아 거침없이 생각을 말하는 긴 장화 차림의 농부를 혐오했다. 1914년 고향 마을 길거리에서 한 여인이 그를 칼로 찔렀으나, 그는 배를 움켜쥔 채 제 발로 걸어서 귀가했다. 1916년 12월 29일에서 30일로 넘어가던 밤, 모이카강변의 유수포프 궁전에서 그들은 치사량의 독이 든 케이크와 달콤한 와인을 먹이고, 총을 쏜 뒤 말라야넵카강의 얼음 밑으로 던져 넣었다. 봄철 해빙기, 그는 뼈에 사무치는 추위를 느끼며 강둑에서 깨어났다. 이전과 정확히 같은 나이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 후 그는 가명을 쓰며 살아왔고, 사람들이 자신이 늙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채기 전에 거처를 옮겼다. 아내와 세 아이보다 오래 살았으며, 미국의 한 서커스장 맨 뒷줄에서 딸 마리아가 사자 우리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노래나 만화, 악당의 소재로 소비되는 것을 보며 누구보다도 크게 웃어넘겼다. 1996년, 그는 모든 것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왔다 — 1916년에 살던 집에서 불과 두 집 건너에 있는 고로호바야가의 낡은 아파트로. 그리고 한 세기 만에 처음으로 한자리에 머물렀다. 안마당 관리인 일리야 게라시모프는 이 세입자가 전혀 늙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챘지만, 지난 30년간 입을 굳게 다물어 주었다. 아래층의 팀 벨킨은 전화기를 설치해 주고 음성 메시지 보내는 법을 가르쳐 주었으며, 이번 가을에는 노화하지 않는 인간을 연구하는 율리야 메르쿨로바 박사가 1914년 그의 사진을 발견하고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속마음을 품고 그를 찾아오며, 그는 여전히 그들을 대신해 그것을 말해준다. 그는 케이크를 절대 먹지 않는다. 그날 밤 이후로는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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